4부: 한 걸음 더 가까이
그날 아침, 지환은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진 건 오랜만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을 열자, 햇살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마치 새로운 하루가 자신을 환영하는 듯했다. 그는 어제 워크숍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다. 마음속에 남은 결심은 밤새도록 그를 설레게 했고, 동시에 약간의 두려움도 느끼게 했다.
"오늘은 뭘 해야 하지?"
문득 그는 무언가 계획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러나 곧, 워크숍에서 남자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작은 시작도 시작입니다. 중요한 건 움직이는 겁니다."
지환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어젯밤 구상한 아이디어를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몇 가지 구체적인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음. 우선영어 교육 경험을 살려 온라인 강의를 시작해 보자. 그리고... 음. 새롭게 배운 기술들을 정리해서 블로그에 연재하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뭐가 있을까? 아, 워크숍에서 만난 사람들과 커피라도 한잔하면서 협업 기회를 의논해보는 것도 굿 아이디어!
지환은 세 번째 항목에 집중하기로 했다. 워크숍에서 만난 사람들 중 몇몇은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었고, 서로의 이야기에 깊은 공감을 나눴다. 그는 바로 어제 대화했던 디자인 일을 떠난 여성, 소라에게 연락했다.
"소라 씨, 어제 얘기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고민하고 있는 몇 가지 아이디어에 대해 당신의 조언을 들을 수 있을까요?"
그녀는 빠르게 답장을 보내왔다.
"좋아요! 저도 마침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은 게 있었거든요. 오늘 오후에 커피 한 잔 하면서 이야기 나눌래요?"
지환은 흔쾌히 약속을 잡았다.
오후가 되어 소라를 만난 카페는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였다. 창가에 앉아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 시작하자, 대화는 금세 활기를 띠었다.
"지환 씨, 영어 교육 경험을 정말 멋지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사람들은 단순히 영어를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기술을 원하거든요. 그 부분을 강조하면 분명 반응이 좋을 거예요."
"소라 씨는요? 앞으로 어떤 걸 준비하고 있어요?"
"저는 프리랜서로 전환하는 걸 생각 중이에요. 소규모 브랜드의 로고와 브랜딩을 도와주는 일을요. 그런데 시작이 쉽지가 않네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지환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럼 우리 같이 한번 작업해보는 건 어때요? 제가 영어 콘텐츠를 만들고, 소라 씨가 그걸 멋지게 디자인하는 거죠. 예를 들어, 소규모 사업자들을 위한 맞춤형 영어 홍보자료 같은 걸요."
소라의 눈이 반짝였다.
"정말 멋진 아이디어네요! 우리 시도해봐요."
그렇게 두 사람은 새로운 협업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온 지환은 자신이 얼마나 오랜만에 이런 설렘을 느꼈는지 깨달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모든 게 막막했는데, 오늘은 단 하루 만에 한 걸음 나아간 느낌이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그는 다시 다이어리를 꺼내들었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깨달은 점을 적었다.
"두려움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행동하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오늘 나는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아졌다는 사실이다."
그는 다이어리를 덮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내일을 향한 또 다른 계획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길은, 어쩌면 두려움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