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새로운 시작
워크숍 첫날, 지환은 불안한 마음을 뒤로하고 작은 강당에 들어섰다. 참가자들은 모두 각기 다른 연령대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입구에서부터 웃음과 대화가 넘쳤다. 지환은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자리를 잡고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가 어떤 기대감에 가득 차 있는 듯 보였다. 그도 모르게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자, 오늘부터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겁니다." 남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며 참가자들을 맞이했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길’이라는 말이 지환의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첫 번째 활동은 단순했지만 강렬했다. '자신을 소개하는 글쓰기'였다. 짧은 시간 내에 각자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고, 지금까지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에 대해 글을 써보는 시간이었다. 지환은 처음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펜을 들었다 놓았다 했지만, 점차 글이 써졌다. 30년 동안 쌓아온 영어 강사로서의 경력, 반복적인 일상, 그 속에서 느끼는 무력감, 그리고 여전히 찾지 못한 자신만의 길에 대한 갈망을 적어 내려갔다.
그 글을 다 쓰고 나자 지환은 뭔가를 깨달았다. 그는 자신을 너무 오랫동안 '영어 강사'라는 틀 안에 가두고 있었고, 그것이 그의 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외에도 하고 싶은 일이 많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워크숍의 후반부, 참가자들은 그룹으로 나뉘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지환은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가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점차 사람들의 진지한 이야기와 격려 속에서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한 여성이 말했다.
“저는 10년 동안 디자인 일을 해왔는데, 최근에 직장을 떠나기로 결심했어요. 제 자신에게 너무 많은 걸 강요했던 것 같거든요. 이제는 조금 더 자유롭게, 제 진정성을 담을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요.”
그녀의 말에 지환은 큰 위안을 얻었다. 그도, 그녀도 똑같이 불확실하고 두려운 순간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자신만 홀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다음 날, 워크숍의 마지막 세션에서 남자는 다시 한 번 참가자들에게 말을 건넸다.
“우리는 모두 지금,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시작이 아무리 작고 미약해 보여도, 결국엔 여러분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 간다는 사실이에요.”
그 순간, 지환의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번쩍이고 지나갔다. 그는 이제 그만큼 준비가 된 것이다. 더 이상 두려움에 발목이 잡혀 있을 이유가 없었다. 지나온 길이 잘못된 길이었다고 해서 그동안의 시간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시간이 자신을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음을, 그는 이제 알았다.
워크숍이 끝난 후, 지환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한번 그 남자의 명함을 꺼내들었다. 그의 말처럼, 변화는 언제든 시작할 수 있었다. 지환은 명함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걸기로 결심했다. 무엇이 될지 몰라도, 그는 이제 새로운 시작을 향해 한 걸음 내딛기로 했다.
그날 밤, 지환은 평소처럼 잠자리에 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내일,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다. 이제는 내가 나를 믿고, 내 길을 찾기 시작할 것이다.”
그는 눈을 감으며, 마음 속에서 뜨거운 희망을 느꼈다. 그리고 그 희망이 그를 이끌어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