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세계 3부: 사라진 캔버스
소라는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도 마음 한구석에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느꼈다. 스케치북을 단단히 붙잡고 다짐했지만, 뭔가 더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민혁의 연락이 다시 찾아왔다.
“소라 씨, 요즘은 그림 잘 그리고 있나요?”
“그냥... 뭐랄까, 그려도 채워지지 않는 기분이에요.”
“그럼 더 큰 캔버스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스튜디오로 한번 와보세요. 보여줄 게 있어요.”
소라는 호기심에 스튜디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는 예상치 못한 풍경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밀의 방
민혁은 소라를 스튜디오 뒤편으로 데려갔다. 창고 문처럼 보이던 문 뒤에는 또 다른 공간이 숨겨져 있었다. 벽에는 고풍스러운 그림들이 걸려 있었고, 한쪽에는 캔버스와 물감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여기가 뭐예요?”
“우리가 다음으로 도전할 프로젝트의 중심지입니다.” 민혁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여기 있는 캔버스 중 몇 개는 사연이 있는 것들이에요. 특히 저걸 봐요.”
그가 가리킨 곳에는 오래된 나무 액자가 있었다. 캔버스는 텅 비어 있었고, 마치 무언가 중요한 것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이 캔버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그 위에 그림을 그리면 사람들의 숨겨진 기억이 드러난다고 하죠. 예술가들에게는 영감을, 감상자들에게는 깨달음을 준다고 합니다.”
소라는 캔버스 앞에 서서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어디선가 찬바람이 스치며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캔버스에 깃든 비밀
며칠 후, 소라는 민혁의 도움으로 캔버스에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그린 선과 색은 곧 사라지고,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소라가 어릴 적 꿈에서 본 장면들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죠?” 소라는 혼란스러워하며 물었다.
“캔버스가 선택한 거예요. 당신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겁니다.” 민혁이 대답했다.
그림은 점점 구체화되었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서 있는 소녀의 모습, 그리고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빛나는 문. 소라는 캔버스가 보여주는 장면을 보며 어린 시절 겪었던 한 가지 사건이 떠올랐다.
잃어버린 기억의 퍼즐
소라는 여섯 살 때 부모님과 함께했던 여행 중에 무언가를 잃어버린 기억이 있었다. 그 기억은 희미했지만, 캔버스는 그날의 장면을 하나씩 그려내고 있었다. 그녀가 사막에서 잃어버린 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소라 씨, 그 문은 뭔가 중요한 걸 말하고 있어요. 왜 하필 그게 떠오를까요?” 민혁이 물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뭔가를 찾고 싶어요. 그때 잃어버린 게... 제가 지금까지 그리지 못했던 이유일지도 몰라요.”
그날 밤, 소라는 그림 속의 장소와 비슷한 곳을 인터넷에서 찾기 시작했다. 그것은 오래전 가족과 갔던 한적한 사막의 작은 마을이었다. 그녀는 캔버스에 그려진 마지막 장면, 빛나는 문을 다시 보았다.
뜻밖의 동행
소라는 윤영과 민혁에게 자신의 결심을 알렸다.
“저, 그곳에 가보고 싶어요. 그림 속 장소를 찾아야 할 것 같아요.”
“함께 가죠.” 윤영이 단번에 대답했다.
“저도 동참할게요. 캔버스가 우리에게 뭔가 중요한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 같아요.” 민혁도 고개를 끄덕였다.
셋은 곧 여행을 떠났다. 도착한 사막 마을은 소라의 기억 속 모습과 비슷했지만, 어딘가 달라 보였다. 그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빛나는 문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
문을 열다
여행 마지막 날, 그들은 사막 깊숙한 곳에 위치한 폐허를 발견했다. 그곳에는 캔버스에 그려진 것과 똑같은 문이 있었다. 문은 낡아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소라 씨, 이 문이 당신에게 무슨 뜻인지 생각해 보세요.” 민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소라는 문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문이 천천히 열리는 순간, 그녀는 어릴 적 잊고 있던 소중한 순간들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부모님의 미소와 따뜻한 손길, 그리고 예술을 향한 꿈이었다.
다시 만난 세계
문 너머에는 황금빛의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그것은 소라의 마음속에 존재했던 이상적인 공간이었다.
“소라 씨, 이 세계는 당신이 만들어가는 거예요. 캔버스는 단지 시작일 뿐입니다.” 민혁이 말했다.
“그렇다면, 저도 제 이야기를 계속 그려야겠죠?” 소라는 밝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문은 천천히 닫혔다. 하지만 그들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된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소라와 팀원들은 캔버스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캔버스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그들 모두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었다.
다음 이야기: 12부 잃어버린 예술가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