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세계 2부: 불꽃의 초대
소라는 며칠 전 강민혁과의 만남 이후, 마치 오래 잠들어 있던 시계를 되돌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삶에 처음으로 설렘이 스며들었다. 그러나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다가오는 법이었다.
소라는 에코페어의 창작 스튜디오로 처음 초대받은 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했다. 낡은 창고를 개조해 만든 공간은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곳에는 그녀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여러분,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강민혁은 스튜디오 한가운데서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여러분 각자가 가진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이곳은 그런 가능성을 위한 시작점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붉은 단발머리를 한 작은 체구의 사람으로, 눈빛만은 강렬했다.
“저는 차윤영입니다. 예술 치료를 전공했고, 소외된 청소년들과 작업해 왔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또렷했다. “이 프로젝트가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통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소라는 차윤영이라는 이름을 가슴속에 새겼다. 그녀의 열정적인 태도는 강민혁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끌어당겼다.
몇 주간의 준비 끝에, 소라는 자신이 맡은 작업을 위해 스튜디오의 한쪽에 자리 잡았다. 그녀는 차윤영과 자연스럽게 팀을 이루었고, 둘은 빠르게 친해졌다. 윤영은 소라가 그림을 그리며 느끼는 불안감을 쉽게 눈치챘다.
“소라 씨, 왜 이렇게 조심스럽게 그리세요? 이건 스케치예요, 완벽할 필요 없잖아요.” 윤영이 농담 섞인 말투로 다가왔다.
소라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도 항상 마음 한구석이 불안해요. 어쩌면 다시 실패할까 봐.”
“실패라니요? 예술은 그런 게 아니에요. 이건 당신이 느끼고 싶은 대로 그리는 거예요. 누가 뭐라 하든 상관없어요.”
윤영의 말은 소라에게 묘한 용기를 불어넣었다. 그녀는 캔버스를 다시 들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프로젝트의 마감일이 가까워지자, 팀원들 간의 갈등이 터져 나왔다. 일부는 방향성을 두고 의견이 충돌했고, 또 일부는 자신의 작업이 주목받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 중심에는 윤영과 또 다른 참가자인 정민수가 있었다. 정민수는 유명 갤러리에서 활동한 베테랑 조각가로, 윤영의 아이디어를 두고 사사건건 반대 의견을 냈다.
“차윤영 씨, 당신 방식대로 한다면 이 프로젝트는 대중적인 공감을 얻지 못할 겁니다.”
“대중적인 게 꼭 좋은 건가요? 우리의 목표는 이야기를 전하는 거잖아요.” 윤영이 단호히 말했다.
소라는 그 사이에서 갈등을 중재하려 했지만, 양쪽의 주장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어느 날 밤, 소라는 강민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민혁 씨, 저희 팀 상황이 생각보다 어렵네요. 혹시 조언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는 곧 답장을 보냈다.
“갈등은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각자가 진심이니까 그런 거죠. 소라 씨, 당신이 팀의 중심을 잡아주세요. 당신의 이야기가 팀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 겁니다.”
소라는 그의 말을 곱씹으며 팀원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다음 날, 소라는 팀원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았다. 그녀는 오래된 스케치북을 꺼내며 말했다.
“이 그림은 제가 어린 시절 꿈꿨던 세계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꿈을 오랫동안 잊고 살았어요. 여러분 덕분에 다시 그릴 수 있게 됐어요. 우리가 지금 겪는 갈등도 이런 그림의 한 부분일 거예요. 완성되면 분명 더 멋질 겁니다.”
소라의 말은 팀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윤영과 정민수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합의점을 찾아갔다.
최종 전시회 날, 스튜디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소라는 작품 앞에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강민혁과 윤영이 그녀를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소라 씨, 시작은 좋았네요. 이제 다음 이야기를 만들어야죠.” 강민혁이 말했다.
소라는 스케치북을 단단히 움켜쥐며 대답했다. “이번엔 절대 멈추지 않을 거예요.”
창밖에는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새로운 세계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